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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3/10/11  
         name          이대
subject 지난 일주 정리 + 강연 취소 정리

지난 일주 정리 + 강연 취소 정리


지난 일주, 생각해보니 일주일도 아니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어쨌든 일주는 정말 오랜만에 정신 없는 시간이었다. 월요일 저녁에는 사무실의 선배 둘과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소갈비라는 걸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다. 정말 맛있더라. 인사동의 <한옥>이라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소갈비를 배부르게 먹고 있자니, 뭔가 이전까지 식당에서 고기를 먹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더라. 걷고 있는 저녁의 인사동 길에서도 왠지 모를 낯선 느낌이 들고. 나와 동기 한명에게 고기를 사 주며 이야기를 해 준 선배 둘은 내심 품고 있던 걱정보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한 집단에 속해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전해 주는 느낌을 보면 그 집단이 어떤 성격의 집단인지를 알 수 있을 텐데, 그러고 보면 꽤 괜찮은 회사에 다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는 술자리, 독특한 느낌의 술자리였다. 머릿속에 둘 건, 회사에서는 누구를 부를 때든 뒤에 ‘님’자를 붙이면 안 된다는 것. 심지어 대표님을 부를 때도 임 대표, 하고 부르랜다. 것 참 적응 안되더라.

화요일에는 월요일 낮과 마찬가지로 아홉 시 반부터 여섯 시까지 교육을 받았다. 회사 사무실이 아닌 시청역 근처에서 받는 교육이었는데, 월요일엔 저녁에 잠깐 할 일이 있어 교육이 끝난 뒤 사무실에 들렀다가 선배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던 거였지만 화요일에는 교육 마친 뒤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한글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사 팀장님의 문자 메시지가 어찌나 꿀맛이던지. 매일매일이 주말이고 방학 같았던 취준생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한 생활의 기쁨이 아니었나 싶다.

수요일은 다음 기회에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 목요일이 되었다. 제대로 된 정식 첫 출근일인 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첫 업무들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정말 기초적인 업무들 이었는데, 그냥 앉아서 그것만 한다면 쉽게 끝낼 수 있었겠지만 다른 선배 기자들이 이 업무도 시키고 저 업무도 시키고 하니까 정신 없더라. 취재원들에게 전화도 수십 통 하고. 그렇게 정신없게 보내다가 대표가 시킨 일이 있어 저녁 여섯 시쯤 퇴근해서 나왔다.
대표가 시킨 일은 원래 다른 선배 기자가 맡은 일이었는데 다른 일이 생겨 나보고 대신 해 오라고 시킨 일이었다. 광고사 ‘빅 앤트’의 사장이자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씨 강연을 취재해 오란 일이었는데, 아마도 강연 장소가 고대 4.18기념관 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대신 시킨 듯 싶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박서원씨 강연은 취소되었다. 강연이 전부 끝난 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대표에게 카톡으로 강연 취소 내용을 전달하자 대표는 이유와 배경 사항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에 보고하라길래 다음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 해서 +를 붙였다.


*   *   *


박서원, 고대 강연 취소 사건 정리 (2013.10.10.)


강연 장소인 고려대학교 4.18기념관 대강당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여섯 시 오십 분 이었다. 강연장 앞에 있던 강연 기획 학생들에게, 오후 통화에서 전했던 소속과 이름을 다시 한 번 밝히고 대강당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이번 박서원씨의 강연을 기획한 것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 생활도서관(이하 생도)의 학생들이다. 생도는 몇 년 전부터 ‘허니(허심탄회한 니 이야기)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비슷한 강연을 기획해 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강연을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아직 생도가 기획하는 강연에 대해 학생들이 잘 모르는 탓인지(학교 안의 게시판에서 생도 기획 강연에 대한 포스터나 알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면 광고사 ‘빅 앤트’의 박서원 대표의 인기가 별로이기 때문인지 대강당 좌석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50여명 정도 뿐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인 일곱시가 넘어도 강연은 시작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다 보니 뒤편에서 크지 않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민머리의 박서원씨가 학생들(행사를 기획한 생도 학생들, 총학생회 학생들로 보였다)에게 작은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높지 않은 음성의 낮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확실히 뭔가 불만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십 분쯤 지나 박서원씨는 계단을 걸어 내려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 앞에 섰다. 하지만 강단에는 올라가지 않은 채였다. 강단에 걸터 앉은 그는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강연은 하지 않을 거예요.”

대강당 좌석 곳곳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중앙의 좌석으로 불러모은 박서원은 역시나 크지 않은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강연 취소 이유를 밝혔다.

“저는 학생들이 주관하고 학생들이 여는 강연은 학생이 단지 세 명이라도 찾아가요. 그런데 이번에는 기획 회사, ‘탑 스피커즈’가 나를 가지고 놀았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실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인 척 했어요. 저는 법적인 조취를 취할 계획이에요.”

그가 말하는 강연 취소의 이유는 학생이 아닌 회사가 자신을 속이고(학생인 척 하고) 강연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여는 강연이 아닌, 일반적인 회사(기획사)가 여는 강연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이용당하고 기만당했어요. 만약 나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속아넘어갔을 거예요. 한 달동안 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내내 의심하고 있다가 오늘 사실을 알았어요. 나는 여러분처럼 엘리트가 아니에요. 저희 집이 부자지만 저는 온실 속의 잡초처럼 자랐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부에 들었어요. 싸움 좀 했죠. 만약에 나를 기만한 새끼가 여기 왔으면...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한 50%정도는 싸울 거라 생각하고 우리 직원들과 같이 왔어요(강단 옆에 서 있던 남자 두 명이 직원들이었다). 저는 정당하지 않은 건 용납할 수 없어요.”

그는 거기까지 말한 뒤, 다른 강연이었다면 강연장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학생들이라서 왔다며 자신이 말하려 했던 강연의 주제에 대해 10분 동안 짧게 이야기를 했다. 그가 준비한 강연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하자면 “남들이 하는 건 무조건 해봐라”였다.

“여러분이 다니는 고대는 우리나라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예요.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SKY 학생들은 천재가 아니에요. ‘노력한 사람들’이에요. 여러분은 천재가 아니에요. 고등학교 시절 노력의 결과로 고대에 들어온 거예요. 노력을 하면 IQ가 높아져요. 저는 고등학교 때 IQ가 128이었어요.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것도 아니죠. 지난 달에 다시 IQ를 재 봤더니 160이었어요. 제가 광고회사를 하면서 노력하고 공부해서 IQ가 높아진 거예요. 머리가 커진 거예요. 여러분은 그렇게 공부를 해서 대학교에 들어왔죠. 대학 입학 후에는 다음 단계로 EQ(감성지수)를 높여야 해요. 명문대생들이 상대적으로 EQ가 낮아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죠. 그게 명문대생들의 특징이에요. 많이 놀았던 지방대생들이 EQ가 높아요.”

그의 현재 IQ가 160이라는 말에 놀라고, 자신들의 EQ가 낮다는 말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고대생들에게 박서원은 이어 말했다.

“EQ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그냥 놀아요.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요. 여기서 클럽 가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아마 절반도 안 될걸요? 클럽도 가 보고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해요. 아니, 열심히 공부해서 주류회사에 취업한다고 쳐요.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술을 팔겠어요? 여행을 다녀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항공사에서 여행 상품을 팔 수 있겠어요? 사랑하다가 이별을 당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별노래를 마케팅할 수 있겠어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금연캠페인을 펼친다? 말도 안 되죠.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해요.”

그가 이야기하는 EQ높이는 방법, 감성지수 즉 남의 마음과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은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름 명문대라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통해 감성지수를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박서원은 화가 나 싸울 것도 감수하고 고려대학교를 찾은 것이었다.

“저는 제가 성공한 이유를 그거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했던 많은 경험으로 EQ는 이미 높고 거기에 제가 노력을 해서 IQ를 높였다는 거요. 여러분은 이미 IQ가 높잖아요. 복 받은 거예요. 이제는 EQ를 높이는 일만 남았잖아요.”

박서원은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앞으로 자신의 다른 강연에 찾아오는 학생은 고대에서 왔다고 말하면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 약속하고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강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지만 강연의 내용은 그것으로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 있었다.

박서원은 강연 전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대로, 사진 찍기를 원하는 학생들과 전부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고대에서의 강연이 끝난 뒤 또다른 곳에서 강연이 있다고 하는데, 그 곳 역시도 아마 학생들이 주관한 강연일 것이다. 그곳은 순수한 학생들이 기획한 행사이기를 바란다.

*   *   *

박서원이 돌아간 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 생활도서관 강연 기획자에게 강연 취소에 대해 물었다.

- 제가 알기로 생활도서관에서 기획하는 강연은 학생들이 직접 강사를 초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네, 그 말이 맞아요. 그런데 문제의 시작은 올해 상반기였어요. 그 때는 유시민씨 등 유명 인사들을 저희가 직접 불러서 강연을 몇 번 열었거든요. 그러다 무리를 한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강연을 한다고 공지를 냈죠. 그러다 보니 시간도 없고 또 능력도 부족하고 해서 다른 기획사와 제휴한 거예요.

- 이번 박서원씨 강연도 그랬던 거예요?
: 네. 그런데 저희는 그 기획사에게 어떤 금전적인 보상도 제공하지 않거든요. 그냥 무료로 강연자를 소개받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별로 돈에 대한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좀 전에 박서원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알겠더라구요. 그 기획사는 무료로 강사를 섭외해 주지만 유명 강사를 섭외했다는 사실이 회사에게는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회사 홈페이지에 유명 강사 사진을 걸어 놓고 ‘우리는 이런 사람 강연도 기획했다’라고 하면 홍보가 되겠죠.

-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획사와 연결된 강연은 열지 않을 건가요?
: 모르겠어요. 그냥 저희끼리 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이 좀 되거든요. 앞으로도 기획사를 통해 강사를 섭외해야 할지 아니면 그만 둬야 하는 건지 저희들도 회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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