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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3/10/29  
         name          이대
subject 엄청나게 집착하고 믿을 수 없게 모으는

엄청나게 집착하고 믿을 수 없게 모으는 Extremely obsess and incredibly collect
- 주간지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기자 인터뷰


박지현 씨는 휴대폰이 두 개다. 하나는 신형 스마트폰, 다른 하나는 신기하게도 화면 터치가 가능한 피쳐폰. 어째서 그녀는 두 개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정부의 비밀 요원? 아니면 경쟁 잡지사에서 한국 최고의 주간지 <이코노믹 리뷰>를 분석하라고 파견한 스파이? 둘 다 틀렸다. 두 휴대폰의 레종 데트르는 그녀의 집착, 바로 그것이다.

집착의 역사는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는 초등학교 때 쓰던 노트를 그 때부터 한 권도 버리지 않고 전부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연필도 마찬가지구요” 그녀가 일하는 책상 위를 보면 별의 별 문서들이 가득하다. 옆으로 빼곡하게 채운 걸로도 부족해 위로도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렇게 공책이나 책들을 버리지 않은 게 초등학교 시절부터란다. 지금은 보기 힘든 한 다스 묶음 포장의 연필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단다. 어쩜, 지독하다. 연필이나 공책처럼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휴대폰 문자와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지우지 못하고 모아 둔다. “저는 사람들이 받은 문자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지워버리는지 모르겠어요” 받은 문자의 누적 한도인 1000개가 넘어 밀려 지워지기가 다반사라는 그녀다.

그녀는 대체 왜 그렇게 버리는 것, 지워‘버리는’ 것을 못하는 것일까. “모든 물건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잖아요. 그 의미를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게 무서워요” 그녀의 휴대폰이 두 개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예전부터 쓰던 016 번호를 삭제해 버리기가 두려워서. 그 번호 안에 담겨 있는 수없이 많은 의미와 기억들을 잊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녀의 집착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좀 답답해져 왔다. 한 사람이 그렇게 모든 의미들을 잊지 않고, 전부 다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건 불가능하기만 한 일이 아닐까? “얼마 전에 점을 본 적이 있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점쟁이가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집착을 버리라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그녀는 어느 날 덜컥 겁이 났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영 변하지 못할까봐. 그녀 역시 집착을 버리고 조금은 평범한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단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변할 수 있을까, 하는 겁이 났다고 한다. 여태껏 삼십 년 넘게 가지고 있던 자신의 집착력(執着力)을 과연 버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을 극복했다. 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과연 대단하다. 세상에 드문, 정말로 자기 생각이 뚜렷한 그녀였다. 조금은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말이다. “저희 가족이 다 마찬가지예요. 다들 자기중심적이죠. 저희 오빠는 자기중심적 인간의 최고봉이에요. 저는 비교도 못 해요” 대구에서 태어난 그녀는 그런 가족 분위기를 흡수한 모양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그녀 맘대로 하라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가족 분위기가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집착력을 만든 게 아니었을까.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을 단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그녀를.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미들을 전부 다 소유하고 보관하려 애쓰고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살아온 것들을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그 마음은 아마 시간에 의해 사라져 버리고 말 소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집착이 그리 밉지 않다.

그래도 모든 것들에 대해 애정을 쏟는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조금은 편해져도 괜찮을 거라고. 자기 주변의 모든 의미들을 전부 그렇게 모아두려 하지 않아도 삶은 평화롭게 흘러갈 거라고. 다만 흘러가는 의미들 가운데 정말로 특별한 빛깔을 띤 녀석에게만큼은 이름표를 붙여보는 건 어떨까.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라는 이름의 이름표를. 주제 넘는 이야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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