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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4/04/08  
         name          이대
subject 누군가와 만나 사귄다는 것

누군가와 만나 사귄다는 것


1.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만약 여자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연애를 경험했을 거라고.

‘흥, 여자로 태어났다면 뭐 지금보다 잘난 외모를 가지기라도 했을 거란 말이야?’한다면, 그런 말은 절대 아니다. 나는 지금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남녀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역할인지도 모르겠지만.

과거의 얘기부터 해야겠다. 과거의 나는, 친한 친구라는 개념과 연인(혹은 애인)이라는 개념의 차이를 도통 느끼지 못했다. 친한 친구와 연인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 때 나에게 친한 친구라는 단어의 정의란 ‘곁에 있는, 존경할만한 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누군가가 나에게 연인의 정의를 물었어도 아마 비슷한 대답을 했을 것이다.
과거, 라는 시점이 언제까지를 말하는 것인지도 이야기해야겠다. 누군가 나에게 너의 과거는 언제까지냐, 하고 묻는다면 나에게 과거는 2008년까지의 시기라고 대답하겠다. 현재는 2013년부터 시작한다. 2009년부터 2012년 까지는,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아닌 그야말로 텅 빈 시간이다.

과거, 다시 말해 대학에 입학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과거라는 시점의 나는 몇몇의 ‘친구’들을 만났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 그래서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고 이어지더라도 그만두기 아쉬울 만큼, 한없이 매력적이고도 또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그들에게서 느꼈던 존경심이라는 감정은, 내 기준에선 연인 간의 애정이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
내가 말하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여자다.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여성적인 사람인 건지 아니면 남성적인 사람인 건지. 여자인 사람이 남자인 사람보다 더 좋으니 남성적인 건가? 여자인 사람들이 남자인 사람들보다 더 편하니까 여성적인 건가? 2004년에 누군가는 내 옆으로 다가와 진지한 자세로 나에게 물어봤다, 너 게이니? 하고. 손을 절레절레 젓는 나에게 꺼내는 질문에 대한 부연 설명은 이런 것이었다. 너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남중 남고를 나왔다면서 여자애들과 어쩜 그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냐고. 여자들과 그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건 게이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도 친구와 연인을 구별하지 못하던 내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 탓이 아니다.

만약 내가 지금과 같은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리고 그런 시간을 공유하고 그런 감정을 공유한 친구들 역시 나처럼 성(性)이 뒤바뀌었더라면, 그래서 남녀 간의 친구사이가 아닌 여남 간의 친구사이였다면 나는 분명히 그들에게서 사귀자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도) 그들과 사귀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간의 관계가 일반적으로는 그러하듯이. 하지만 과거의 나는 여자인 친구에게 사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굳이 사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데, 사귀는 것과 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사귀어야 하지?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한심한 생각이었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도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듣지도 않았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던 것이다.

-
과거의 나를, 과거의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후회했던 건 '아무것도 아닌 시간' 이후의 일이다.

2.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무 것도 아닌 시간 동안, 친구라는 이름의 존재들은 내 곁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렸다기보다는 떠나 버렸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2013년 봄, 과거의 친구였던 그녀와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 우리는 과거와 같은, 친구가 아닌 거지?”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우리는 예전과 같은 친구가 아니라고.

내가 했던 후회란 이런 것이다. 내가 만약 과거의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 한 명에게 사귀자는 말을 꺼내고 사귀게 되었더라면, 그녀는 내 곁에 남아 주지 않았을까. 잃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 최소한 한 명만은 남아 주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그 후회 때문에 현재 시점의 나는 여러 가지 생각과 행동을 바꾸었다. 바뀐 행동의 결과는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으며 물론 좋다가 나빠지기도 했다.

-
민지는 참으로 순수한 친구다. 아무런 다른 속마음이나 다른 생각 없이 진심을 다해 나를 생각해 주고 대해 준다. 그런 모습이 참 좋다. 또 누군가를 그렇게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기도 하다. 아마 나는 그런 점에서 민지를 존경하는 것 같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지금 민지와 하고 있는 이런 연애, 다시 말해서 ‘어린 연애’를 다시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이도 있고 앞으로는 학교생활이 아닌 사회생활을 해야 할 테니까. 그렇게 달라지는 주변 상황 속에서 수동적이기만 한 나는 끌려가기만 할 테니까. 그건 조금은 두렵고 또 안타까운 일이었다.

한없이 어리기만 한 나는, 지금도 마음에 드는 어린 연애를 이렇게 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잃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말이다. 행복한 일이다.




챔지 2014/04/09  delete

박스 기사 형식 노노! 억지로 끼어넣기 노노!

이대 20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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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지 2014/04/14  delete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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