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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4/04/08  
         name          이대
subject 누적된 문화적 취향

누적된 문화적 취향


솔직히 나는 왜 아이를 낳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싶다. 여기서 존경받는 아빠라는 의미는, 아이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을 많이 쌓아 둔 아빠, 그래서 아이가 따라 배울 만한 아빠를 의미한다. 특히 문화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책을 많이 읽어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문학 스타일이 분명하고 그래서 집에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한 권씩 아이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그렇게 나로부터 추천받은 책들부터 차례차례 읽어 가던 아이가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내가 가지고 있던 독서 취향과는 다른 방향의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써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길 희망한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음악을 듣고 음악의 흐름도 꿰뚫고 있으며 여러 아티스트의 음반에도 익숙한 아빠가 되고 싶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한 장씩 구입하고 그렇게 구입한 음반이 꽂힌 음반꽂이가 확장되고 누적되기를 바란다. 아이는 내가 꽂아 둔, 음반꽂이에 꽂혀 있는 음반을 한 장씩 들으며 이른 나이서부터 관심이 있는 아티스트가 생겼음 좋겠다. 관심있는 음악가가 점점 늘어나 언젠가는 나에게 음반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명화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요즘 개봉하는 명작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담긴 영화들… 이런 영화들을 주의 깊게 모조리 봐 두고 싶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에 가서 관람하고 싶다. 일주일 중 하루는 시간을 내어 집에서 아이와 DVD를 관람하고 싶다. 그 시간들을 통해 영화의 흐름에 민감한 아이, 영화적 취향이 분명한 아이가 됐음 좋겠다.

혹시나 눈치 챈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이와 같은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내 어린시절에는 그런 아빠가 그런 엄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답답하다. 만약 엄마 아빠가 누적된 문화적 취향을 갖고 계셨더라면 아무런 바탕 없이 바닥부터 쌓아올리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  *  *

몇 년 전엔가 월간 <페이퍼>에서 황경신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에서 황경신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하던 황경신의 아버지는 틈이 날 때면 언제고 배토벤의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 두고는 음악을 들으셨다고. 어린 황경신은 아빠가 베토벤을 들을 때면 아무 것도 몰라도 곁에서 함께 듣곤 했고, 그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베토벤의 음악, 나아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글이었다.

황경신의 그 글이 내 답답함과 내가 희망하는 아버지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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