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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5/01/29  
         name          이대
subject 상쾌한 사정

상쾌한 사정射精


정말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게다가 또 정말정말 오랜만에 돌고래의 과제로 쓰는 글이기도 하구요. 경쾌한 리듬으로 가 봅시다. 하히후헤호.

1.
지지난 주 쯤엔가, 그야말로 이제서야 <피아노의 숲>을 봤다. <피아노의 숲>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그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어쨌거나 보고 있자니 피아노 연주회를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꿍… 하고만 있던 찰나, 아침이면 듣곤 하는 KBS 1fm의 한 프로그램에서 연주회 티켓 신청을 받길래 이거다! 하고는 곧장 티켓 신청 게시판으로 들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요즘 너무 힘들어요 흑흑 위로 선물좀 해줘요… 하는 식의 사연글을 남겼더니 프로그램 측에서 안쓰러워 보였는지 당첨시켜 줬다. 해서 오늘(1/28), 광화문 금호아트홀에 가 ‘파울 굴다&유미정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 온 길이다. 처음으로 경험했던 피아노 연주회 감상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연주되는 피아노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떠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주회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떠오른 생각들이 웬만큼 정리되기까지 했다. 소설이나 수필에서 고민이 있는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소파에 눕다시피 앉은 채 클래식 음악을 듣곤 하는 장면들에 대해 이전까지는 별반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어떤 느낌인지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 해 53세라는 그에게는 실례되는 말씀일지 모르겠지만) 파울 굴다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다.’
피아노의 건반을 마치 애무하듯 어루만지며 흠뻑 몰입한 그의 표정과 동작들!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그 어찌할 줄 모를 쾌감을, 얼굴의 표정과 온 몸의 동작들 그리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글렌 굴드처럼 흥얼거리는 콧소리로 표현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정(射精)을 위해 몰두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마지막 한 음을 뿜어낸 그는 사정 후의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관객에게 노곤한 인사를 했다. 참으로 상쾌한 사정이었습니다, 하듯이.

2.
그러고 보면 나에게도 그런 상쾌하고 말끔한 사정을 하는 듯한 순간들이 있었다. 군대에 있던 무렵, 제 컨디션으로 뭔가를 쓰고 맨 마지막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마다 그야말로 상쾌한 사정을 하는 느낌이었다. 상쾌하면서도 말끔한 그런 사정을.
그런 사정을 위해서는,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저녁 모니터 앞에 앉을 때까지, 스스로를 충분히 애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매혹적이면서도 험난한 시간이었다. 특별한 건 호흡이었다. 명상을 하는 동안의 호흡 책을 읽는 동안의 호흡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의 호흡. 그 호흡을 통해 충분한 정신적인 애무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면 모니터 앞에 앉아 타이핑했고 끝은 언제나 상쾌했다. 그 기분이 의지박약아인 내가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던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상쾌하고도 말끔한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게 언제였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의 나는 그 호흡이, 내 속의 병을 조금씩 조금씩 성장시켰는지 모른다는 불안에 중단했다. 대신 다른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의 상쾌함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던 것도 한 방법이었다. 커피가 또다른 답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곤 했지만, 뭐랄까 커피는 발기부전 환자에게 투여하는 비아그라와도 같았다. 마신 순간에는 나를 과도하게 흥분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남는 게 없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싫어 포기했다.

3.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 아이들이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의지박약일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얇은 귀의 소유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체력도 기르고 학업 성취도도 올려보고자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해 운동을 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피로를 줄여준다는 칼슘 마그네슘제도 삼키면서. 이게 다 상쾌한 사정을 위해서라니까요.



+
과제물의 평가는 고이 접어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시작이 반 아닌가요?

++
내가 말했던 백일장(혹은 과거시험 놀이)의 속내는 달에서 만나요 였는데 어쩐지 과제물 작성이 되어버린 듯 하다. 하긴, 이것도 감지덕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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