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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5/02/06  
         name          이대
subject 균형 잡힌 식습관

균형 잡힌 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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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의 일이다. 당시 우리 소방서에는 내 동기 말고 선임 의무소방원이 넷 있었는데 군대의 상병에 해당하는 상방이 두 명, 병장에 해당하는 수방이 두 명 이었다. 그 넷 중 상방 두 명은 외부 소방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나와 동기의 직접적인 선임은 두 명 이었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뭐야, 군대에 선임이 고작 두 명 밖에 없었다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소방서의 모든 직원들이 의무소방원들의 선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두 명의 의무소방 선임 중 한 명은, 군대로 치자면 완전한 말년 병장으로, 전역이 한 달인가 남아 있던 최고참 수방이었다. 그런데 그는 말년 병장이라면 농땡이도 좀 부리고 편하게 지낼 수도 있으련만, 누구보다도 근면하게 하루의 생활을 해 나가고 소방서 직원들의 신임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제대하고 들려온 소식으로는 다니고 있던 충남대의 학생회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가 군대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미뤄 봤을 때 그만한 역할은 잘 해나갈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명의 선임은 경기대에 다니다 군대에 왔다는, 정말이지 말끔한 인상의 남자였다. 말끔하다는 수식어는 그의 외모와 성격 모두를 수식하는 단어인데, 중학교에 갓 입학한 남자 아이처럼 짧은 머리카락과 물에 탄 분유처럼 새하얀 피부 게다가 틴트라도 바른 것처럼 분홍빛이 도는 입술이 그의 외모에 붙은 말끔하다는 표현의 이유라면, 남을 험담할 줄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남과 친교를 쌓을 만한 말도 하지 못하는, 좋게 말하자면 정직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사교성이 좀 떨어지는 그의 태도가 말끔하다는 성격을 뒷받침하는 이유였다. 그 말끔한 성격 때문인지 함께 있던 최고참 수방과도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는 것 같았으며, 직원들이 그를 대하는 모양새에서도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런 그의 태도가 어쩐지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일반적인 사회에서가 아닌 군대에서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노력은 계속 했다. 한 번은 소등시간이 지나 생활실의 불을 끄고 다들 이불 위에 누워있었는데, 나는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고자 할 때 던지는 보편적인 질문이라 생각되는 질문 하나를 그 수방에게 던졌다.

“김경환 수방님은 취미가 어떻게 되십니까?”

사교성이 좀 떨어진다고 말했듯이, 하루 중 유일하게 생활관에 모이는 시간인 취침 시간의 후임들에게 별 이야기를 꺼내는 일도 없이 잠을 청하곤 하던 그는 갑자기 어둠 속에서 들려 온 내 질문에 조금은 당황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정직한 성격의 그는 곧 별반 대수로울 것 없다는 태도로, 음악 듣기가 취미라고 말했다.
음악 듣기가 취미라… 어떤 음악을 듣냐는 나의 이어진 질문에 그는, 말끔하기만 한 그의 모습에서는 떠올리기 쉽지 않은, 메탈 쪽의 조금은 강한 밴드들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그 대답에 조금은 얼떨떨해 하던 나는 그에게 추천을 한답시고 “일본에 피쉬만즈라는 밴드가 있는데 걔들 노래도 들어보십쇼”하는 말을 던졌고 얼마 후 휴가 나갔다가 최지에게서 받아 온 아이팟에 들어 있던 피쉬만즈의 앨범을 컴퓨터로 옮겨 그에게 전해주었다. 그 이후 전역할 때까지 그와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내 동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얘가 그 때 김경환 수방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지”하며 나를 놀렸다(어째서 놀림거리가 되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고참이었던 수방은 전역하고 나와 내 동기의 한 달 터울 후임이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점심식사 시간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앞부분이 이렇게나 길어져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찌 됐든, 점심시간의 일이다. 식판에 서너 가지 반찬과 국 그리고 하얀 쌀밥을 담아 나 포함 네 명의 의무소방원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훈련소의 군기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였는지 말 한 마디 없이 숟가락 젓가락을 놀리던 우리 후임들을 바라보며 밥을 떠넘기던 그(음악 감상이 취미인 수방)는 갑작스레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너네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니?”

나는, 취미를 묻는 내 물음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던 그처럼 별반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의 밥을 입에 넣을 때 나머지 반찬들이 모두 한꺼번에 비워질 수 있도록 입에 넣는 반창의 양을 균형 맞추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는다고. 내 대답을 들은 그는 그의 대답을 들었던 때의 나와 같이 조금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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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에 가야 한다면 맥도날드를 찾는 나는, 언제였나 뭔가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주문했던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의 맛에 홀딱 반해 항상 상하이버거 세트를 시켜 먹는데, 패스트푸드점 세트메뉴를 먹을 때도 균형 잡힌 식습관은 유지되곤 한다.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얘기다. 버거의 맨 마지막 한 입을 입에 넣을 때 마지막 프렌치 프라이도 케첩에 찍어 입에 넣는 것이 나의 습관화된 균형 잡기의 하나라는 말씀. 그 균형을 위해 버거를 한 입 베어물고 프렌치 프라이 두세 개를 연달아 입에 집어넣는 나에게 매번 누가 안 쫓아오니까 천천히 좀 먹으라고 구박하는 여자 친구는 나의 이런 균형 잡힌 식습관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구박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구요.




챔지 2015/02/06  delete

이미 패스트푸드점 음식자체가 균형잡힌 식생활이 아님. 몸에 해로운 음식임! 뭐든 급하게 먹지말고 천천히 먹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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