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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5/05/07  
         name          이대
subject 책갈피들 (2)

책갈피들 (2)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뭔가가 아니라 책갈피를 선물하는 이유는 그들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없으면 찾게 되는 존재를 한 개쯤 심어 주고 싶어서이며 그건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라고 적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랴마는 내가 그렇게 멋진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못 되니 그건 아니고 그냥 내가 배짱이 약한 사람이라서 그렇다.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라면 작은 책갈피가 아니라 더 크고 멋진 뭔가를 선물하지 않을까.


1.
(1)부에 이어서 책갈피들 (2)부를 시작해 보자. 여섯 번째 책갈피를 선물한 사람은 건너 뛰기로 하고, 일곱 번째 책갈피를 선물한 사람은 재민이다.

  

재민이에게 준 책갈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159번 게시물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클릭)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해 보자면, 책갈피 뒷면에 적어 넣은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 이라는 문장은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당시 홍대 근처에 건물을 하나 빌리고 그 곳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꿈으로의 한 발짝을 내딛으려는 재민이에게 나는 그 말을 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 네 마음이 가고자 하는 길이 죽 곧은 길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 그리고 그건 아마 나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이었지 싶다.

재민이에게 책갈피를 건넸을 때 뭐랄까, 참 뿌듯했던 것은 그림을 그려 책갈피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재민이가 알아 줬다는 것이다. 기타 그리기의 난해함과 끊김 없이 테두리 선을 그리는 일의 어려움을 재민이가 먼저 말해 줬을 때, 약간 들뜬 목소리로 '그치그치? 너도 알지?' 했던 기억이 난다.


2.
여덟 번째 책갈피와 아홉 번째 책갈피를 선물한 사람은 한 사람으로 민지가 바로 그 대상이다. 작년 1월 초, 느즈막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덟 번째의 책갈피를 민지에게 선물했고, 올 해의 생일에는 아홉 번째 책갈피를 선물했다.

  

작년에 줬던 책갈피의 앞면에는 민지가 좋아한다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중앙에 그려넣었다. 그리고 하단에는, 선물하는 이 책갈피가 마지막 책갈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No.1 이라는 글자를 적어 넣었다. 민지에게 주는 첫 번째 책갈피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뒷면에는 민지가 회사에서 하는 일 역시 글 쓰는 업무가 중심이라는 생각에 원고지를 그려 넣고 민지의 이름을 한자로 적었다.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첫 번째부터 일곱 번째 책갈피와, 여덟 번째 책갈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책갈피 테두리의 모양이다. 일곱 번째 책갈피까지는 그저 테두리가 네모반듯 했던 것과 달리, 여덟 번째 책갈피는 모서리가 둥그렇게 잘려 있다. 참 나, 그게 뭐 대단한 차이라고 이렇게 적고 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테두리를 둥글게 잘라 내는 도구’에 관한 것이다. 나는 언젠가 대형 문구점에 갔다가 그 도구를 발견했다. 작은 부메랑 모양을 한 녀석은 손톱깎이와 펀치의 작동 방식을 한데 모은 듯한 방법으로 종이의 모서리를 간단히 둥글게 만들어 냈다. 세상에 이런 도구가 있다니, 이건 특허를 내도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뒷면에 ‘patent pending’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정말로 특허출원중인 모양이다.



  

올해 민지의 생일에, 민지에게 선물한 책갈피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자면, 앞면에는 서로 꼭 들어맞는 직소퍼즐 두 조각을 그려넣고 하단에는 No.2 를 적었다. 민지에게 주는 두 번째 책갈피였다. 그리고 뒷면에는 나름 캘리그래피를 한답시고 민지의 한자를 적었고(나중에 구멍을 뚫을 때 뒷 글자가 뚫린 걸 보고 울컥했다), 배경으로는 토끼풀이라고도 불리는 클로버의 초원을 그려넣었다. 어째서 클로버를 그려넣은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자면 민지로부터 한소리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혹시나 궁금하시다면 개인적으로 물어주세요) 대신에 민지, 라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민지는 언제나 자신의 이름이 너무나 흔하기만 한 이름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신기한 것은 그 흔하다는 ‘민지’라는 이름을 나는 내 옆의 민지로부터 처음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아 온 사람들 중에 이름이 민지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직 민지는 얘 하나 뿐이다. 민지라는 이름을 대하는 서로간의 이런 차이가 어쩌면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평범하다 생각하는 민지와 민지의 특별함을 좋아하는 나, 라는 관계를 말이다.
아홉 번째 책갈피도 모서리가 둥글다.


-
두둑하지 못한 작은 배짱에서 선물하는 책갈피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물하는 책갈피를 받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있다. 독서를 하건 뭘 하건 생활 속에서 그 책갈피를 사용하면서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며,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챔지 2015/08/26  delete

6번째 책갈피는 왜???

이대 2015/09/13   

여섯 번째 책갈피에는 언론통제와도 비견할 만한 슬픈 전설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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