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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5/05/15  
         name          이대
subject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밝음을 추구하는 조명 덕분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더는 보이지 않게 된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 별빛들



1.
현재라는 시점으로부터 몇 년 전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피씨방이란 공간의 출현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남자 작가가 나오기 힘들겠구나’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현재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좋은 작가란 나오기는 힘들겠구나’

생각을 해 보면, 내가 뭔가 글(A4용지 2페이지 이상의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기, 내 넓고 밝은 자취방에는 인터넷을 들이지 않았었다. 텔레비전도 놓지 않았고 아직 스마트폰은 등장하기 전이었다. 나는 그 방에서 천천히, 매우 느린 속도로 책을 읽고 뭔가를 쓸 수 있었다.
이전까지 살던 공간과는 다르게, 이사한 자취방에 인터넷을 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의지 박약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쉬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환경에서라면 나는 또 이전처럼 매일 밤 쓸데없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 할 것이라는 사실, 내 주체를 가지고 인터넷 세상을 탐험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궁금증을 가지고 찾는 것도 아닌 다만 익스플로러의 흐름에 그저 휩쓸려 다닐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의지가 약한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헌데 나만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세계적인 IT미래학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카 역시도 비슷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내게 살과 피와 같은 워드프로세서가 되었고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기 같은 물건을 바꿔놓았다. (…)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36p.


2.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따르면, 인터넷의 이용은 사람들의 (지식에 대한) 즉흥적이고 주관적이며 단기적인 접근을 활성화환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고요함이 의미와 정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 163p.

(…) 인터넷에서 한가하게 둘러보는 것 같은 건 없다. 우리는 눈과 손가락을 최대한 재빨리 움직여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기를 원한다.
- 203p.

이제는 사실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보다는 작은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이 훨씬 큰 문제다.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뭔가를 ‘읽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쉬워져 버린 게 아닌가, 그저 일상적인 행동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행동하기에 쉽다는 것은 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따라서 그 행동을 하는 데 신경(생각)을 덜 쓰게(하게)된다.

억수씨의 웹툰 <Ho!>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보통은 누군가와 적당히 만나서, 적당히 눈 맞춤을 하고, 적당히 말을 던지지만 Ho와는 그럴 수 없었다.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손동작/몸동작/표정 등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말해야 했다.’ 주인공과 Ho가 친해지게 되고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어쩌면 그런 ‘적극적인 말하기’라는 행동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사람들이 많은 정보에 손쉽게 다다를 수 있게 된 것은, 밝음을 추구하는 조명 덕분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더는 보이지 않게 된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빛들과 비슷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단순한 정보에는 쉽게 다다를 수 있게 되었지만 더 깊은 무엇인가에는 더 이상 다다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
언젠가부터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점점 재미없어져 간다. 2008년 황순원 문학상 심사위원들은 그 해의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고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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