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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3/05/14  
         name          이대
subject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1.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1.
-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와 참가자 박준우


작년 언젠가 김소희라는 셰프의 인터뷰 글을 읽고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TV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당시 <마셰코>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쾌하고 흥미로웠는데 그래서였는지 그녀가 출연한 <마셰코>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 관심만 가지고 어영부영 지내고 있다가 지난 주에 마지막 면접도 끝났고 또 때마침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의 첫회가 방송됐다길래 시즌 1부터 한 번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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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분명하게 느끼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남녀 특성의 분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문과는 여자 이과는 남자 하는 것처럼 보통 예술에 대한 것들, 다시 말해 미술이라든가 문학이라든가 혹은 음악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흔히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건 분명한 편견이다. 나는 오히려 남성이 여성보다 더 예술적인 측면에서의 감각이랄까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개인적인 취항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문학의 작가들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죄다 남성이다. 나는 한 번도 여성 작가에게 마음을 다해 반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를 살펴보면 시즌 4까지의 우승자, 다시 말해 네 명의 우승자들은 모두 남자였다. 그리고 준우승자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마셰코>를 보다 보니 그러한 사실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라고만 생각되어 왔던 요리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셰코> 준결승 무대 TOP5에 올랐던 다섯 명의 사람들은 놀랍게도 전부 다 남자였다.

준결승에 오른 다섯 명의 남자들의 면면을 한 번 살펴보자면, 평소의 직업이나 공부의 목표가 요리사인 사람은 셋이었다. 십수년간 일식 요리사를 했다는 김승민, 호주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서문기, 늦깎이 대학생으로 대학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다는 김태욱.
나머지 둘은 직업으로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말하자면 아마추어인 인물들. 속옷 관련 회사에 다닌다는 유동율,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는 프리랜서 기자 박준우.
놀라운 것은 심사위원인 강레오, 김소희, 노희영 셋에게서 프로그램 내내 유독 칭찬을 많이 받은 사람은 요리의 프로들이 아닌 아마추어 유동율과 박준우였다는 사실이다. 유동율에게는 ‘요리계의 타짜’라는 닉네임이 붙었고 박준우는 ‘혹시 천재 아니냐’라는 질문을 심사위원 강레오에게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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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은 당연하게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과 공통점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니 서로의 경쟁을 통해 탈락자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안에서의 참가자들 각자의 면면도 얼마간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보다 보니 이건 뭔가 달랐다.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방식의 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트캠프에서 서른 아홉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던 첫 미션의 주제는 양파 빨리 그리고 얇게 썰기였다. 먼저 강레오 심사위원의 놀라운 칼솜씨 실력으로 참가자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곧이어 참가자들은 눈앞에 놓인 수천개의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양파 썰기 심사뿐 아니라 심사위원이 만든 음식의 재료 맞추기 심사도 있었고 특정 대상 집단을 상대로 하여 펼쳐졌던,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 백한명에게 햄버거 만들어주기 외국인 백한명에게 소시지 만들어주기 스테이크전문 요리사 쉰 한명에게 스테이크를 만들어주고 평가받기 등등. 이건 뭐 미스터 초밥왕을 넘기면서 보는 느낌이었달까.
이런 다양한 평가방식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당최 시도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심사방식 뿐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볼거리는 마찬가지였다.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사항,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재미들이 다양했다.
처음에는 사실 음악이야 시청자도 귀가 있기 때문에 티비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감상할 수 있지만 음식은 맛을 볼 수도 없는 거고 하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좀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마셰코>를 보다 보니 ‘음식은 맛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습도 중요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다. 요리사들은 그저 요리만 맛있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팅(음식을 접시에 담는 것)을 멋지게 할 수 있는 미적 감각도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TOP5 뿐만 아니라 참여했던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다들 멋지게 접시에 담아 내더라. 심사위원들이 그런 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평가하는 걸 듣고 있자니 그저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음악으로 치자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셰코>는 평가에까지 이르는 중간 과정이, 심사위원이 아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거였다. 어차피 시청자는 알기 힘든 완성된 요리의 맛(결과)보다 제한시간 내에 참가자들이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요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그 과정이 더욱 더 흥미진진했다는 말이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평가에까지 이르는 중간 과정이라고 해 봐야 그렇게 흥미진진하다고 할 것 까진 없지 않나 싶다. 그건 음악이라는 분야와 요리라는 분야의 차이점에서 발생한 차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슈퍼스타K>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가진 참여자에 대한 집중도 <마셰코>에는 전혀 없었다. 잘생긴 참여자에 대한 집중도 없고. 개인적으로는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는 각 회마다, 그러니까 한 차례의 방송마다 두 번씩의 심사가 이루어진다. 먼저의 1차 심사는 1등을 뽑아 다음 2차 심사에서의 어드밴티지를 준다. 그런데 이 어드밴티지의 내용이 무척이나 재미지다. 어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어드밴티지를 줄 수 있을까(혹은 어드밴티지라는 걸 줄 수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 역시 요리와 음악의 차이점에서 기인한다. 어떤 어드밴티지들이 있는지는 한 번 시청하면서 직접 보길 바란다. 그리고 2차 심사는 본격적인 탈락자 선발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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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셰프 코리아>의 하이라이트는 결승 무대가 아닌, 오히려 준결승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2차 심사에서 어드밴티지를 받을 1등 참가자를 가려내는 준결승전 1차 심사.
주제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라. 단 10분동안 재료를 골라서.’였다.
다섯 명의 참가자는 주제를 듣고 자신이 특기로 하는 분야의 음식 재료들을 허둥지둥 10분 동안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는데 왠걸, 그렇게 재료도 모두 골라 오고 심사위원에게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까지 다 말했는데 진짜 심사의 주제는 그렇게 골라 온 재료를 시계방향으로 바꾸어 요리하기였다. 참가자인 김승민씨의 말처럼 진짜 ‘그런 머리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싶더라.
10년 전 벨기에로 이민을 가 양식만 만들어 봤고 한식은 해본적이 없다는 박준우는 한식을 주로 요리하는 김태욱이 준비한 한식 재료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섯 명의 참가자는 어떤 메뉴를 만들지 구상할 시간도 없이 요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이렇게까지 당황해하고 다 만든 요리를 아쉬워하고 불만족스러워하는 미션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상상력(부족한 재료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이 필요한 미션이 아니었을까. 흥미진진하더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는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라기보단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다시 말해 참가자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셰코>에서 그걸 느끼게 해 준 참가자는 프리랜서 기자라는 서른 살의 박준우였다.

박준우는 처음부터 조금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1차 심사를 마치고 백 명이 참가하는 2차 심사에서 그는 요리에 들어가는 맥주를 긴장도 풀 겸,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으로 마시는 모습을 보여줬다. 음주 방송을 한 거지. 그런 그를 보았을 때 처음에는 그저 참가나 한 번 해보자, 그냥 한 번 놀아보자 하는 느낌이었는데 준결승에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는 확실하게 변화했고 성장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와 함께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자주 칭찬을 받은 그는 준결승 무대에서 말한다, “언젠가부터 제가 요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회차가 지나갈수록 욕심이 더 생겼어요.” 그리고 “내가 만든 요리를 심사위원들이 맛있게 먹어주니까 다른 때보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 세 번째 문장은 아마 그 자신도 자신이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문장이었겠거니 싶었다.

준결승전의 1차 심사에서 TOP5의 요리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맛보기로 한(그만큼 잘 만든)세 명의 요리 가운데 두 가지가 아마추어의 요리였다. 박준우, 유동율의 요리. 박준우가 1차 미션에서는 우승을 차지한다. 몇 차례의 1차 심사 가운데에서 참가자들 가운데 최다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준결승전의 2차 심사. 앞서 미리 말하자면 결승전의 결과, 그러니까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최종우승해 1회 마스터셰프가 된 사람은 박준우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결승전의 우승자가 아닌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뽑자면 단연 박준우가 그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준결승 1차 심사에서 우승해 탈락 미션인 2차 심사에 어드밴티지를 얻은 박준우. 그는 참 대단했다. 2차 미션의 주제가 세계 5대 건강 식재료로 선정된 다섯 가지 식품 : 김치, 낫토, 올리브, 요거트, 렌틸 콩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거였는데, 1차 심사 우승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 재료를 선택해서 나눠줄 권리를 가진 박준우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준결승 이전의 심사들에서는 우승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을 힘들게 하기 위해 참가자가 주로 하는 요리 재료가 아닌 엉뚱한 재료(양식을 주로 하는 참가자에게 한식 재료, 한식을 주로 하는 참가자에게 양식 재료 등)를 나눠줬던 반면 박준우는, 악한 마음을 품고 잔머리까지 쓰고 싶지 않다고, 다시 말해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는 태도로 재료를 나눠줬다. 각자가 요리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를 나눠주고 싶다며 십수년간 일식 요리사를 했다는 김승민에게 낫토를, 호주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서문기에게는 올리브를, 아마추어인 유동률에게는 그나마 익숙한 재료인 김치를 나눠줬던 것이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외모에서뿐만 아니라 말투에서 그리고 자신이 배운 요리법에 대한 태도에서도 김현우의 느낌이 물씬 풍기길래 주의 깊게 보고 있던 박준우. 그는 분명 <마셰코>의 주인공이었다.

앞서 읽었던 김소희 셰프의 인터뷰에서 김소희는 <마셰코>를 통해 자신의 레스토랑이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데려가고 싶은 참가자로 박준우와 서문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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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은 조금 심심했다. 결승에 올라간 박준우와 김승민이 대결을 펼친 결승전은 심사위원들도 모두 호평이었고. 우리나라의 지역 명품 식재료로 에피타이저, 메인 디쉬, 디저트 세 가지 요리를 만들기였는데 둘 모두 상상력이 풍부하게 들어간 요리를 만들어 냈다. 그 플레이팅도 정말 예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완벽했고.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확실히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가자들, 그중에서도 결승 가까이 진출했던 참가자들의 앞날이 무척 궁금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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