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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13/07/14  
         name          이대
subject 타인을 위한 행위의 기쁨

타인을 위한 행위의 기쁨


가고 싶던 회사에 최종탈락한 이후 멘붕이 살짝 왔다. 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길래 놀면 뭐해, 하는 생각에 스물아홉 인생 처음으로 알바천국에 가입했다. 짧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찾아보다가 시간과 알바비가 적당하길래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서울 베이비 페어에서 5일간 일을 했다. 5일간 일을 하면서 했던 주된 생각이 하나 있는데,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분 기준이라고나 할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첫 날은 행사 준비일이라서 본격적인 일은 하지 않았고, 둘째 날과 넷째 날에는 주차장에서 주차 안내를, 셋째 날과 다섯째 날에는 행사장 안에서 유모차 대여와 반납 업무를 봤다. 그런데 신기했던 건, 나는 말하자면 행사 관련 직원도 아니고 행사가 호평을 받든 악평을 받든 전혀 상관 없는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니, 내가 왜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건 바로 ‘타인을 위한 행위’로부터 느껴지는 기쁨을 내가 만끽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일이었는데, 주차 안내를 할 때에는 만차인 주차장에서 여성 전용 주차장(공간이 조금 넓다)에 혹시 자리가 났는지 꼬박꼬박 확인해 운전자가 여성이다 싶으면 여성 주차장으로 유도하고 또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안쪽 주차장에 몇 자리가 났나 확인해 자동차를 유도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내 유도 없이 여성 주차장이나 빈 주차장 자리에 차를 주차하면 괜한 아쉬움이 들기도 했고. 나에게 질문을 해 오는 관람객에게는 고객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을 태도로 자세하게 설명도 하고 말이다. 유모차 대여를 할 때에는 무려 ‘나에게 유모차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유모차 조작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물어봤음 좋겠다’하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물어 오면 당장에 달려가 조작법을 알려주고. 근데 그러고 있자니 정말 기쁨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콕콕 와 박혔다. 나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닌 타인을 위한 행위로부터 느껴지는 기쁨. 이래서 사람들이 봉사도 그렇게 많이들 하고 기부도 기꺼이 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였다.

조금은 성급하게 앞서 나간 생각인지는 몰라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한 가지 기준을 거기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타인을 위한 행위에서 오는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착한 사람, 느낄 줄 모르는 사람은 나쁜 사람. 너무나 일반화된 생각이지만 그래도 기준 가운데 하나니까. 나도 아마 며칠 일을 안 했으니까 그랬던 거지 만약에 직업으로 오랫동안 비슷한 일을 해서 일에 지겨워지거나 했으면 기쁨은 커녕 타인을 보기도 싫어했겠지. 하지만 직업도 아닌데 처음부터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선천적으로 못된 놈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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