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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07/02/14  
         name          이대
subject 천하장사 마돈나


천하장사 마돈나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는 오시마 상 이라는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신체는 여성적 특성을 띠고 있지만 자신은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잘못된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오시마 상은 남성을 사랑한다.
여성의 신체적 특징(간단히 여성의 유방과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이 남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을 사랑하는 그(혹은 그녀). 우리는 그런 그(혹은 그녀)를 어떤 범주 안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혹은 그녀)를 이성애자라고 부를 것인가 동성애자라고 부를 것인가?

한 가지 의문을 가져 본다. 과연 동성을 사랑하는 것(동성애) / 과 자신이 자신의 성을 잘못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 은 동일한 개념의 것일까? 바꿔 말해, 과연 자신이 잘못된 성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 과 동성애자 / 는 동일한 범주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럼 천하장사 마돈나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영화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잘못된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 ‘오동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구는 밤이면 몰래 책상 서랍 속에 숨겨둔 립스틱을 꺼내어 바르고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예쁜 원피스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언젠가는 돈을 모아 성전환 수술을 하고 마돈나와 같은 멋지고 당당한 여자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아이다.
그런 오동구는 말한다. 자신은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고. 자기는 그저 보통 사람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그냥 살 듯, 그들처럼 제대로 된 자신의 성을 가지고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고.
그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분명, 그런 것일 뿐이다. 자신의 제대로 된 성을 되찾아 그냥 살고자 하는 것. 거기에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동구는 영화 속에서, 어째서 남성인 일본어 선생님(초난강 분)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는 그저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할 뿐인데, 어째서 그런 이유로 ‘당연스레’ 남성을 사랑하는 인물로 이야기 안에서 규정되어 버리는 것일까.
만약, 영화의 내용이 오동구가 일본어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본어 선생님 곁에 ‘그냥 있고 싶어서’그것을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남성 일본어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 사이에서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찾아내지 못하겠다.

우리는 한 인간을 단지 ‘성애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는 그토록이나 경계하면서도, 어째서 동성애자(라는 호칭부터가 성애적이다!)들은 그렇게 성애적 존재로만 규정하고 이해하는 것일까. 어째서 ‘잘못된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성애자’라는 호칭이 아닌 다른 호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우리는, 어쩌면 전혀 다를 수도 있는 사람들을 동일한 하나의 범주 안에 몰아넣고 생각하려 드는 것일까. 분명 ‘잘못된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동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들이 존재할 텐데, 우리는 어째서 그들을 한 가지 기준-성애적 존재-으로만 규정하는 것일까. 어째서 ‘동성을 사랑하는 것’에 그렇게나 진한 방점이 찍혀야만 하는 것일까. 그들은 분명 그런 것은 원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 대해서만큼은, 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당신들과 생각을 나누어 보고 싶다.


2.
어디 한군데 이렇다 할 흠을 잡을 부분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야기도, 그 이야기 안의 소소한 디테일들도 한결같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도 있는 주제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었다는 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성’에 심하게 집착하지 않았다는 것도. 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이라는 측면에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풀어나갔다는 것이 참 멋지다.

아무래도 작가(또는 감독)는 욕심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이주노동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 편부모 가정의 문제, 제대로 된 꿈을 갖기 힘든 청소년들의 문제, 그리고 성 정체성의 문제를 전부 다 건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전부 그저 건드리기만 했을 뿐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일본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번 등장할 때마다 다른 동아리에 가입해서는 그 동아리마다의 복장을 하고 행동을 하는 동구의 단짝 친구라든지, 언제나 무표정하기만 하고 ‘꼴렸을’때에는 묘한 자세를 취하는 씨름부 선배, 씨름선수를 하기에는 ‘겨드랑이가 너무 민감한’또 다른 씨름부 선배 같은, ‘인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등장인물 이라든지, 스토리상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존재하는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캐릭터들에 의해 무척이나 희화화되어 버리고 마는 씨름대회라든지 하는 것들은 정말 일본영화 같다는 느낌을 물씬 풍겨 내었다. 분명 그런 것들은 그 동안의 한국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영화의 결말은,
결승전에서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와 맞붙게 된 오동구는 막상막하의 경합을 벌이고 결국엔 승리(마지막 승리까지도 무척이나 코믹하게!)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꿈을 이루어 가수가 되어 마돈나와 같은 열정적이고 당당한 무대를 만들어 낸다. 성전환 수술을 했을지 안 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행복이란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이라는 씨름부 감독님의 말이 맞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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