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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07/02/14  
         name          이대
subject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작년 이맘때쯤의 일이었을 것이다.
좁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내 방에 너굴과 돌고래가 놀러 왔다. 그러고 보니 그 날이었던 것도 같다. 둘이서 아웃백 빵을 싸 들고 와서는 내가 미리 예약해 놓은 이터널 선샤인 표를 취소하게 만들었던 그 날. 밤늦게까지 기타줄을 퉁기고, 무언가 줄리아하트 노래의 코드를 따던 그 날. 그렇다면 날짜는 아마도 2006년 1월 25일 일 것이다.

그런 정황이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그 날 어떤 이유로 방 바닥이 약간 지저분해졌다. 아마도 빵 부스러기가 바닥에 흩어졌던지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본 너굴은 내 방 한구석에 있던 핸디-청소기(적당한 표현이 없으니 이 정도로 해 두자.)를 집어 들고는 그것들을 빨아들이려 했고, 나는 황급히 그런 너굴을 말렸다. 너굴은 나에게 청소기가 고장 났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시끄럽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듣고 조금은 당황스러워 하는 너굴에게 돌고래는 “너는 아직 이대훈을 잘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너는 아직 이대훈을 잘 모르는구나.

그 말을 들은 직후에는, 나도 돌고래의 그 말에 전적으로 수긍했다. 돌고래가 알고 있다는 내 모습에 전적으로 수긍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돌고래가 알고 있다는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돌고래는, 내가 너굴에게 했던 대답의 어느 부분이 나란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도 그것이 궁금하다.

너굴과 돌고래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내 방 안에서 나는 핸디-청소기를 켜려는 너굴을 말렸다. 청소기라는 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손바닥으로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을 쓸어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청소기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 싫다면, 나는 왜 핸디-청소기를 방에 두고 있나?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그 ‘-싫다면’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해야 한다.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그 ‘-싫다면’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그 상황 안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 청소기를 켜는 것을 원치 않았다. 청소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는 물건이며, 그 요란한 소리는 <너굴과 돌고래를 분명히 신경 쓰이게, 혹은 알게 모르게 불쾌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것이 싫었다.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불쾌한 기분을 느끼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 쓰이는 마음 상태에 놓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못 견뎌낼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싫다.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라는 범주 안에는 나와 친한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건 간에, 그들과 내가 함께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 상황이건 간에, 나는 그것이 싫다.

여기까지만 쓰고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면, 나는 이타주의자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돌고래처럼,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짐작하고 있겠듯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불쾌한 기분을 느끼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 쓰이는 상황에 놓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느낄 그 감정들을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고, 그 짐작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앞에서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청소기를 혼자 있을 때에만 사용한다. 청소기를 혼자 있을 때 사용한다고 해서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는 그 요란한 소리가 불쾌하지 않으리라는 법 역시 없다. 하지만 그 신경 쓰임과 불쾌함은,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이 느낄 감정들에 대한 짐작이 내게 줄 불쾌함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정도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청소기는 그 정도의 불쾌함은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편리함을 제공해 준다.

결국 나는 남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남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원치 않는 개개인주의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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