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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article 2007/02/27  
         name          이대
subject 공산품으로서의 도미노피자

공산품으로서의 도미노피자


1년 전쯤이었나 2년 전쯤이었나, 천안 근교의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던 중에 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서 아주 커다란 도미노 피자 공장을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다. 그것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도미노 피자 공장’이었다.

파란 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그 공장 건물의, 하늘을 향해 있는 경사면에는 파랗고 빨간 색의 도미노 피자 마크가 그려져 있었으며 공장 전면의 넓은 마당에는, 공장 건물의 압도적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몇 대의 화물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 화물차의 측면에도 역시나 도미노 피자의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그 도미노 피자 공장은, 나에게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떠오르게도 했다.

끊임없이 흘러 오고 흘러 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저 높은 곳으로부터 둥그스름한 밀가루 반죽 덩어리가 뚝- 뚝-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떨어진 밀가루 반죽 덩어리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어디론가 이동되어진다. 컨베이어 벨트 주위엔 멀리 보이는 몇 개의 서치라이트 불빛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히 숙명적인 암흑 뿐이다.

천천히 천천히 이동되어지던 밀가루 반죽 덩어리 앞으로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상하운동을 하는 둥그런 추가 나타난다. 밀가루 반죽 덩어리는 상하운동을 하는 추 아래에서 적당한 두께로 납작해진다. 길게 이어진 벨트 위를 납작해진 밀가루 덩어리들은 계속해 흘러 가고 어느 때인가, 좌우에서 토마토 소스 통을 든 로봇 팔들이 나타난다. 로봇 팔들은 심드렁한 동작으로 납작해진 반죽 위에 토마토 소스를 펴 바른다. 그것을 시작으로 치즈, 양파, 건조 올리브, 버섯, 베이컨 등이 담겨진 상자를 든 로봇 팔들이 계속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로봇 팔들은, 대전 이후의 실존주의적 분위기를 견지하는 듯한, 역시나 심드렁하고 대수로울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동작으로 토마토 소스가 펴 발라진 밀가루 반죽 위로 토핑을 뿌린다.

그렇게 별다른 구별 없이 평등한 토핑을 나누어 입은 밀가루 반죽들의 운명은 그 이후부터 나뉘어지게 된다. 일렬로 줄지어 컨베이어 벨트를 이동하던 밀가루 반죽들 앞으로 세 갈래의 컨베이어 벨트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의 컨베이어 벨트로 흘러 들어간 밀가루 반죽들은 달콤한 고구마를 자신의 반죽 가장자리 부분에 담게 된다. 우측의 컨베이어 벨트로 흘러 들어간 밀가루 반죽들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양념된 치즈가 담겨진다. 왼쪽, 오른쪽 갈림길을 그만 지나쳐 보내고 컨베이어 벨트의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긴 밀가루 반죽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밀가루 반죽, 그 뿐이다. 말하자면 철저한 계급의 형성이다. 그래, 그것은 계층의 구분이라기 보다는 계급의 구분에 더 가깝다.
밀가루 반죽들은 그러한 공장 안으로부터 암흑 속에서의 고독과, 실존주의적 손길과, 거부할 수 없는 계급의 구분을 거쳐 도미노 피자로 재탄생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완성은 아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면, 판매 수량과 재고의 실시간 확인을 위한 바코드는 필수다. 세 갈래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친 밀가루 반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코드가 새겨진 도장을 든 로봇 손이다. 로봇 손은 반죽의 밑면이든 어디든, 소비자들이 알아 채지 못할 만한 곳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코드를 새긴다. 그로써 밀가루 반죽은 완벽한 공산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자동차 안에서 멀리 도미노 피자 공장을 바라보며 나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공장 어딘가에 붙어 있을 커다란 굴뚝으로부터 하얀 연기나 혹은 수증기라도 치솟고 있었더라면 훨씬 더 그럴싸 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 도미노 피자 공장을 본 이후로 전국 곳곳의 도미노 피자 매장으로부터 배달되는 도미노 피자는, 말하자면 ‘공산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 것이 아니고는 그렇게 당당하게 “30분내 배달”을 약속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학교 근처의 도미노 피자 매장에서 피자를 살 기회가 있었다. 나는 마음 한 구석에,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그런 자그마한 의심을 가지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사라지지 않는 의심과 함께 내가 품고 있던 도미노 피자 매장의 모습이란, 메뉴와 카운터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카운터 앞에는 젊은 직원(아마도 아르바이트생 일 것이다)이 서 있어 나와 같은 방문 손님이 오거나 하면 주문을 받고 ‘10분만 기다리세요’ 따위의 말을 건넨다. 그러나 물론 그와 같은 시간은 매우 형식적인, 이를테면 돈까스 접시 위의 당근장식과도 같은 개념의 시간일 뿐이다. 피자는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져 온 것이며 매장에서는 오븐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카운터의 젊은 아르바이트생은, 도미노피자가 공산품임을 소비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련된 <매장 아르바이트생 업무 지침>에 따라 교육받은 대로, 다만 성실하고도 기계적인 목소리로 ‘10분만’, ‘15분만’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매장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섬과 동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그러한 예상이나 의심이 전부 틀린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별로 넓지 않은 매장 안에는 네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우선 카운터에 있던, 얼굴과 몸짓에서부터 오래 된 근무 경력이 드러나는 남자 직원은 주문 전화를 받거나 나처럼 가끔씩 찾아 오는 방문 손님들의 주문을 받았다. 커다란 오븐 옆에 서 있던 약간 깡마른 여자 직원 한 명은 오븐에서 구워진 피자를 꺼내어 포장하고 비닐 봉지에 오이피클, 핫소스 따위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매장 카운터 너머의 왼편에서는, 약간 덩치가 있는 남자 한 명과 조그마한 몸집의 여자 직원 한 명이 서로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으며 묵묵히, 그러나 꿋꿋하게 피자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의심이란 틀린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피자가 공산품이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나.
나는 안심하고 깡마른 여자 직원이 포장해 주는 포테이토 피자를 받아 매장을 나왔다.




    *   *   *

그 방문 손님은 깡마른 여자 직원이 포장해 준 포테이토 피자를 들고 유리문을 통해 매장을 빠져 나갔다.

“이봐들, 됐어 이제. 방문 손님은 돌아갔다구.”

카운터의 남자 직원이 뒤로 돌아, 묵묵하고도 꾸준하게 피자를 만들고 있는, 약간 덩치가 있는 남자와 작은 체구의 여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둘 다 신입이라서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아까도 말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만들 필요 없어. 자네들은 맛있는 피자를 만들라고 고용된 게 아니니까. 그래, 말했듯이 말이야.”

덩치 큰 남자와 작은 체구의 여자는 그의 말에 뒤를 잠깐 힐끗 돌아본 후 다시 조금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밀가루 반죽 위에 올리고 있던 양파, 베이컨 따위를 집어 내어 원래의 자리로 돌려 두었다. 반죽 위에 남아 있는 토마토 소스도 싹싹 긁어 담겨져 있던 통 속으로 되돌렸다.

“그나저나 기분 나쁜 녀석이었어. 왜 안쪽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퉁명스러운 말투로 카운터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아까 피자를 꺼낼 때는 컨베이어 벨트를 눈치챌까 얼마나 조마조마 했다구요.” 조심스런 목소리로 오븐 옆에 서 있던 깡마른 여자가 말했다. “혹시 그 사람, 무언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요? 역시 이런 식으로 계속 하다간…”

“그런 소리 말아. 그리고 피자를 꺼낼 때, 앞으론 좀 더 신경 쓰라구.”

그들의 대화 사이를 뚫고 카운터에 놓여져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 카운터의 남자는 숙련된 재빠른 동작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도미노 피자입니다. 아… 네, 네. 라지 사이즈로요. 주소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카운터의 남자 직원은 오븐 옆의 깡마른 여자 직원을 향해 돌아섰다.

“핫앤스파이시 라지 하나.”

깡마른 여자 직원은 잠깐 동안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통 내키지 않는다는 걸음으로 오븐처럼 생긴 기계 측면으로 다가가 제어반의 뚜껑을 열고 몇 개의 버튼을 순서대로 눌렀다. 잠시 후 쿠루룽- 하는 묵직하고도 불길한 소리가 어딘가 먼 곳으로부터 들려 왔다. 빨간 불이 켜지고 여자가 재빨리 기계의 문을 열자, 거대한 동물의 목구멍처럼 캄캄하고 깊은 기계의 안쪽으로부터 핫앤스파이시 피자 하나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 천천히 흘러 오고 있었다.

“바코드 찍는 것 잊지 말라고.”

“한 두 번 하는 일도 아닌데 매번 그렇게 말하지 말라구요.”

여자 직원은 피자를 잠시 찬찬히 살핀 뒤, 피자 위에 올려진 페퍼로니 소시지를 한 개 집어들곤 그 밑면에 있던 바코드를 향해 바코드 리더기를 찍었다. 짧은 ‘삑-‘하는 소리가 들렸고, 여자는 소시지를 다시 원래의 위치에 되돌려 둔 후 종이 상자의 뚜껑을 덮었다.



암흑 속에서의 숙명적인 고독과, 실존주의적 손길과, 거부할 수 없는 계급의 구분을 거쳐 철저한 공산품으로서 만들어진 핫앤스파이시 피자는 그렇게 종이 상자에 담겨 그러한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집으로 배달되어진다. 그런 것이 아니고서는 “30분내 배달”이란 그렇게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약속이 아닌 것이다.




momo 2007/02/28  delete

우와. 굉장히 자세히 봤구나...

이대 2007/03/02   

의심이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피자 만들던 남자와 여자,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너무 묵묵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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