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에 대한 이야기 재밌게 읽었음!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난 1Q84가 더 멋있고 굉장하게 느껴졌는데 말이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제 제법 하루키 장편을 읽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렇게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인물들이, 이제는 심지어 여기가 어디든 우리가 누구이든 상관없다, 라고 이야기하잖아. 2권의 마지막이 그랬고 3권의 마지막이 그랬지. 어쩌면 2권의 마지막으로는,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야'라고 다짐하는 덴고만으로는 뭔가 아쉬웠던 것 아닐까. 그래서 굳이, 손을 꼭 잡고 '이곳에서 이제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3권을 마무리한 게 아닐까.
[2권 끝]
이제부터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야, 덴고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인지,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지, 그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예측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건 그는 달이 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온기를 잊지 않는다면. 이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는 오랫동안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뜨고 창밖에 있는 초가을 밤의 어둠을 응시했다. 바다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아오마메를 찾자, 덴고는 새삼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 있건, 그곳이 어떤 세계이건, 그리고 그녀가 누구이건.
[3권 끝]
이 곳이 어떤 세계인지, 아직 판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이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아오마메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이 세게에는 아마도 이 세계 나름의 위협이 있고, 위험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 나름의 수많은 수수께끼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어두운 길을 우리는 앞으로 수없이 더듬어 가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괜찮다.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자. 나는 이곳에서 이제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단 하나뿐인 달을 가진 이 세계에 발을 딛고 머무는 것이다. 덴고와 나와 이 작은 것, 셋이서. 타이거를 당신 차에, 에소의 호랑이는 말한다. 그는 왼편 옆얼굴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좋다. 그 커다란 미소는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그리고 똑바로 아오마메를 향하고 있다. 지금은 그 미소를 믿자. 그게 중요하다. 그녀는 똑같이 미소를 짓는다. 매우 자연스럽게, 다정하게. 그녀는 공중에 가만히 손을 내민다. 덴고가 그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그곳에 나란히 서서, 서로 하나로 맺어지면서, 빌딩 바로 위에 뜬 달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것이 이제 막 떠오른 태양빛을 받아, 밤의 깊은 광휘를 급속히 잃고, 하늘에 걸린 한낱 회색 오려낸 종이로 변할 때까지. | |